2016년05월08일 16시04분

0.23 그램의 기적

 

 

0.23그램의 기적

 

반도체 칩 1개의 크기는 대략 1cm x 1cm에 두께 0.1cm, 무게는 약 0.23그램이다.

1983년 12월 삼성반도체통신(1988년 삼성전자와 합병)이 64KDRAM 개발 성공을 발표하며 화려한 서막을 올린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2015년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세계 2위와 3위 반도체 회사에 오르며 년 매출 합계가 550억달러에 달하는 0.23그램 반도체 기적의 역사를 써왔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대표 간판 산업이 되어 온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부터 참여했고, 지난 10년간 삼성전자 CPU 개발 책임 임원을 역임한 실무 전문가 입장에서 바라 본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메모리 사업은 순풍에 돛단듯 순항중이지만, 차세대 메모리, 차세대 실리콘, 비메모리 분야에서 점차 다가오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변곡점 그 이 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는 큰 문제이며,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매출 400억달러는 칩 1개당 평균 판가 $4 정도로 가정해 대략 100억개 정도의 반도체 칩을 생산한 것이다.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500억달러 매출을 위해 평균 판가 $200 의 CPU 반도체 칩 2억 5천만개 정도를 만들어 냈다.

같은 0.23그램 반도체 칩에 인텔은 $200, 삼성은 $4 칩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고부가가치 CPU 반도체 칩 사업의 위력이다.

삼성전자가 $4대 칩만 생산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칩 당 $20,000의 초고가 CPU 반도체 칩을 생산, 판매한 기록을 갖고 있다.

0.23그램 반도체 칩 역사상 최고 고가의 기적적인 사건이었다.  

1999년 7월 삼성전자는 미국 DEC사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의 1GHz CPU 반도체 칩 개발 성공을 발표하였다. 당시 인텔 펜티움 II 300MHz CPU 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였다. 

https://www.ktechno.co.kr/rd_news/90701.html

이 1GHz Alpha CPU 칩은 칩 당 $20,000에 판매(샘플 가격)되어 다이아몬드 1캐럿(약 0.2그램) 보다 2배 더 비싼, 단위 무게 당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냈다.

삼성전자는 1996년에서 2001년까지 5년간 초고속 Alpha CPU 반도체 칩 1백만개를 생산하여 평균 판가 1천달러에 총 누적 매출 $10억달러, 누적 순이익 $9억달러의 전설적인 초부가가치 CPU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

미국 DEC사는 삼성으로부터 공급 받은 1GHz Alpha CPU 수천 개를 사용해 타이타닉 영화 제작, 셀레라사의 DNA 시퀀싱용 초고성능 데이터 서버로 판매했다.

삼성전자가 이런 기적과 같은 CPU 사업을 성공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최고 경영진의 과감한 추진 전략, 삼성 엔지니어들의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반도체 팹 생산직 여사원들의 고도의 집중력과 희생 정신 덕분이었다.

 

최고 경영진의 과감한 추진 전략

 

첫 번째 성공 요인은 당시 삼성전자 이윤우 반도체 총괄 사장, 진대제 System LSI 사장, 서광벽 상무 등 당대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영진의 과감한 전략 결정과 뛰어난 추진력이었다.

삼성보다 먼저 미국 DEC사와 협력 관계에 있었던 일본 미쯔비시의 경우, 전략 부재로 더 일찍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흉내만 내다가 시간 낭비와 투자 손실만 보고 물러난 것에 비해, 삼성전자는 치밀한 개발 전략과 적기 투자로 Alpha CPU 사업만으로도 1조 매출과 9천억 흑자를 기록하는 초고속 초고가 초부가가치 CPU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이때 확보된 초고속 CPU 반도체 칩 제조 기술들 -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다층 메탈 평탄화 기술), Cu(Copper, 알루미늄 배선에 비해 낮은 저항을 갖지만 미세 입자들의 오염 문제로 개발이 힘든 구리선 배선 기술), Low-k(초고속 동작을 위해 정전용량 최소화용 저유전율 k 확보 기술), Flip-chip(외부로의 연결선 지연을 최소화 하기 위한 칩 뒤집어 붙이기 팩키지 기술), 초고속 CPU 테스트 및 품질 확보 기술 등- 은 이후 일본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삼성을 쉽게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기술적 격차를 확보하게 해 주어, 2015년 현재 년 30억달러가 넘는 삼성전자의 Foundary/모바일 CPU 사업의 주축이 되어 주었다.

1990년대 당시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들이던 일본의 NEC, 도시바, 후지쯔등이 미국 Sun, MIPS, IBM등 CPU 전문 업체들로부터 농락에 가까운 수모를 당하며 기술 확보에 실패한 것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당대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 구성된 당시 경영진의 결단과 치밀한 전략 수립 및 과감한 추진의 결과, CPU 사업 자체로서의 막대한 매출과 순익은 물론, 우리나라 기업의 초고가 CPU 반도체 사업 가능성 입증 및 초고속 CPU 기술 확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삼성 엔지니어들의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

 

2012년 삼성전자 임원시절, 미국 MIT대 초청 차세대 CPU 기술 세미나에 연사로 초청되어갔을 때

https://events.mit.edu/scripts/event_ext.pl?event=14975346&location=https://mtlweb.mit.edu/news/calendar/&groupid=359

DEC사 Alpha CPU 사업 책임 임원이었던 MIT 기술자문 테드 에퀴(Ted Equi)를 만났다. 서로 반갑게 인사 하며 10년이 지난 옛날 Alpha CPU 시절을 회상하던 중, 테드가 '당시 삼성 개발팀은 거의 맨 손이었는데 DEC 본사 설계 팀보다 문제를 먼저 해결해 DEC사 내부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숨겨진 뒷얘기를 들려주었다.

1998년 800MHz 양산 제품이 테스트 도중 600MHz로 전락하는 문제가 발생했었을 때의 일이었다. DEC사와 공동 설계 개발에 참여했던 삼성의 설계 그룹 엔지니어들이 밤낮으로 수천 만개 트랜지스터를 뒤지고 문제 발생 지점에서부터 수백억 사이클 전 절묘한 지점에서 아주 극적인 싯점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정확하게 찾아내 설계를 수정해 단번에 해결 했던 일을 두고 한 칭찬이었다.

DEC사의 월등한 설계 기술과 장비, 인력들을 제치고 삼성 엔지니어들이 보여주었던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의 한가지 예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DEC사를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 일은 DEC사 공장에서 기껏 20-30%의 수율 밖에 올리지 못할 때 당시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공장 5라인에서 기적과 같은 120%의 수율을 올린 사건이었다.

고도의 균일도가 필요한 반도체 제조 공정 특성상 웨이퍼의 가장 자리들에 위치한 칩들은 동작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아예 수율 산정에서 제외하는데 1998년 삼성전자 반도체 5라인은 가장 자리의 칩까지 다 살려내는 120%의 가공할 수율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 박창현 공장장은 이윤우 반도체 총괄 사장으로부터 매번 생산 회의에서 '이 회사 말아 먹을 놈들, 웨이퍼 수천 장씩 갖다 버리면서 아직도 수율을 못 올리나'하는 힘을 실어주는 질책을 통해 이런 전설적인 수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

Alpha CPU 사업 총괄을 맡고 있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대표이사는 120% 수율의 기적적인 웨이퍼를 삼성 반도체 제조 기술의 전설로 남기기 위해 20만달러의 매출을 포기하고 밀랍을 하여 영구 보존하기로 하였다.

DEC사가 경악을 금치 못했던 이유는 반도체 칩은 적정 수율을 위해 1cm x 1cm 칩 크기가 한계였으나, Alpha CPU 칩은 이 한계를 훌쩍 넘어  2 cm x 2 cm에 가까운 초대형 칩이었기 때문에 120%의 수율은 그야말로 DEC사 입장은 물론 세계 반도체 역사에 전무후무한, 가공할 결과였다.

더 더욱1GHz 초고속을 위해 DEC사의 Alpha CPU는, 속도는 빠르나 수율이 낮아 모든 반도체 회사들이 기피하는 다이나믹 CMOS 회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였고 그것도 1500만개 트랜지스터 전부를 수공으로 일일이 그려 넣어, 반도체 수율 입장에서는 극한의 난이도를 갖는 칩임에도 불구하고 삼성 반도체 5라인은 120%의 가공할 수율을 달성 했던 것이다.

이런 전설적인 수율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CPU 사업팀장 서광벽 상무가 주창한 F1 (Formula 1) 방식이 큰 몫을 해냈다.

기흥 사업장 기술동 5층 CPU 사업팀 내에는 세계 최고의 경주용 자동차 대회인 F1의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F1 레이스 도중에 타이어 교체, 연료 보충, 수리 등을 목적으로 피트인(Pit-in)하는 것을 피트 스톱(Pit-stop)이라고 한다. 경주용 자동차 한대의 타이어 4개를 교체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평균 4초 이다. 세계 기록은 2.05초이다. 이 놀라운 속도가 가능한 것은 차가 교체를 위해 진입하는 순간 수십 명의 전문 인력이 일제히 달라붙어 일사불란한 팀웍 아래 순식간에 해치우는 초고속 문제 해결 방식이다.

당시 기술동 5층 사무실에 설계, 공정, 생산, 테스트 인력들을 한데 모아놓고, 매일, 그것도 하루에 몇 차례씩 문제가 발생 할 때마다 2~30명의 전문 인력이 순식간에 모여 피를 말리는 브레인 스토밍식 난상 토론을 통해 무수한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각 부서로 다시 흩어져 각 분야별 문제 분석과 적정한 대안들을 갖고 다시 헤쳐 모이는 몇 번의 회의 끝에 최적의 대안들이 선정되는 즉시, 팹에서 즉각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문자 그대로 F1의 타이어 교체 시스템과 비슷한 기동 타격대를 5년간 유지했으니, 이때 확보된 기술과 인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일 수 밖에 없었다.

공정 개발의 이수철 부장, 정은승 부장, Cu 개발 강호규 부장, 차세대 공정 개발 김영욱 부장, Low-k 개발 정우인 부장, 팩키지 개발 조태제 부장, 강사윤 부장, 제품 기술 김병윤 부장, 테스트 유진오 과장, 품질 전현구 부장, CAE 공정택 부장, 유문현 부장, 설계 박성호 부장, 응용 기술 김장선 부장 등은 당시 최고의 팀 워크를 이루며 일사불란하게 현장을 이끌었던 발군의 핵심 리더들이었다.

이때 항상 앞장 서서 해결을 주도해 주었던 이수철 부장이 2015년 삼성 인사에서 전무를 마지막으로 퇴임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최첨단 초고속 CPU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열심과 성실의 속도전으로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탄탄한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열심과 성실은 시간 낭비에 자원 낭비일 뿐이다. 그러나 미국의 우수한 설계 인력에 대비해 삼성은 막강한 공정, 제조 엔지니어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세계에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 대학 입시를 뚫기 위해 물리와 수학을 고난이도로 소화해 낸 탄탄한 실력들을 바탕으로, KAIST를 필두로 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서강대, 경북대등에서 배출한 탁월한 엔지니어들이 있었기에 짧은 시간에 최고의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생산직 여사원들의 고도의 집중력과 희생 정신

 

2015년 8월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보며 우리나라 최강 제조업의 배경에 박인비와 같은 또래의 능력 있는 생산직 여사원들이 있었던 것에 다시 한번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설계, 공정, 공장, 테스트, 품질 부문 엔지니어들이 한 사무실을 공유하며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순간 밤을 세워가며 집중적인 문제 분석과 현장 즉시 해결 시스템을 통한 엔지니어들의 능력도 한 몫을 했지만, 미국 DEC 사와 5배 이상의 압도적인 수율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결국 공장이었고 공장의 리더들과 여사원들의 손 재주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믿는다.

반도체 설계를 34년 해왔지만 반도체 팹에 들어설 때마다 우주복과 같은 그 답답한 방진복을 입고, 극한의 청정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보통 사람은 숨 쉬기가 편치 않은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대학에 다닐 한참 나이에 화장도 하지 못하고 하루 8시간 3교대 24시간 근무 체계로, 엄하디 엄한 공장 문화 속에서 세계 최고의 제조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 여사원들에게 나는 항상 진심으로 고마워 했다.

1960년대 국민소득 $70 시절에 세계 여자 농구 선수권 준우승을 가져다 준 박신자, 1970년대 사라에보의 영웅 이에리사, 1980년대 김진호, 서향순, 김수녕을 필두로 한 여자 양궁의 금메달리스트들, 1990년대 IMF 한 가운데 맨발의 투혼으로 온 나라를 울린 박세리, 2000년대 빙판위의 한 겨울 밤의 꿈을 선물 해 준 김연아, 그리고 2015년 8월 박인비의 LPGA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이르기까지 고비 고비 마다 세계 최고를 치고 나와 준 것은 우리나라의 여성들이었다.

그것이 지정학적으로 열강에 짓밟혀 온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어머니들의 숙명 때문인지, 한민족 고유의 유전학적 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태어나는 듯 하다.

삼성전자 역시 그 여사원들의 고도의 집중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지난 30년 0.23그램의 기적을 고스란히 누리며 이만큼 먹고 살게 된 것은 물론, 세계 최초의 1GHz CPU 개발과 칩 당 2만달러의 기적, 120%의 수율까지 고스란히 그 생산직 여사원들의 공이었기에, 점심 시간, 티없이 맑은 웃음으로 까르르 스쳐 지나가던 그 어린 여사원들에게, 나는 항상 마음속 깊이 머리 숙여 진심으로 고마워 했다.

최고 경영진의 과감한 전략 결정과 적기 투자, 치열한 입시를 거쳐 물리 수학 기초가 탄탄한 엔지니어들의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여사원들의 놀라운 집중력과 손재주, 이것이 삼성전자 반도체 성공 신화의 주역들이라 믿는다.

고부가가치 제조업은 아직도 블루 오션이다.

우리나라는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다.

모든 인프라가 다 잘 갖추어져 있다.

세계 최고의 수능을 거친 탄탄한 기술 인력들도 잘 훈련되어있다. 여사원들의 집중력과 매서운 손 끝 재주는 미국, 일본, 중국등과 비교해 절대 우위에 있다.

문제는 기업과 국가의 전략이다.

자동 주행 전기 자동차, 사람이 탈 수 있는 자동 주행 드론, 가정과 병원, 공장과 사회의 일상을 혁신 시켜 줄 인공 지능 로봇 산업, 제조업의 혁신을 불러 일으켜 줄 3D 프린터, 이런 혁신적 산업 기기들과 온 오프 라인에 무소불위로 연결될 IT 의 빅 데이터 및 네트워크 산업, 이와 같은 기술들을 총합한 3차원 가상 현실의 제조, 방송, 오락, 관광,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이제 막 시작된 융복합 입체 산업 혁명 시대에 반도체 산업은 그 근간을 제공하는 중차대한 국가적 산업이다.

그러나 정부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2016년 반도체·디스플레이 국가 연구개발(R&D) 신규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중국 기업이 정부 지원을 업고 글로벌 인수합병(M&A)까지 속도를 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굴기'가 무섭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확정한 2016년도 정부 예산에 따르면 '전자정보디바이스 산업원천기술개발 사업' 예산은 540억원으로 최종 삭감됐다. 업계는 예산 증액을 기대했지만 국회 위원회 간 합의로 증액한 86억원마저 예결위가 삭감했다.

-  2015년 12월 14일, 전자신문

아마도 정부는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저렇게 잘 하고 있고, 정부 연구소나 대학의 연구 개발 능력이 삼성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는데 연구 개발을 지원할 명분도, 필요성도 없다는 판단인 듯 하다.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차세대 실리콘, 비메모리 모든 연구 개발도 다 맡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일 수도 있다. 

삼성에서 일하면서 아주 미안한 얘기지만 국가 연구 개발, 특히 국가 연구 기관 혹은 유수한 대학들의 연구 개발 결과를 제품에 바로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전무했다. 

그렇기에 그 동안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지원해 주었음에도 기대에 부응하지도 못하며 세계 1위 반도체 회사를 눈 앞에 둔 삼성전자의 연구 개발로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삼성 임원으로 10년간 일하면서 100여명이 넘는 가장 뛰어난 삼성전자 기술 임원들과 불꽃 튀기며 논쟁하고 일하면서 또 그들 중 상당수가 최고 경영진이 되며, 삼성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잘 알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2000억 달러가 넘는 매출에 세계 1위의 전자회사로서 최고의 인재들을 풀 가동해 현재의 매출 구조를 유지, 발전 시키는데도 턱없이 힘이 부족하다.

삼성을 도와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초고가 고부가가치의 제조업은 아직도 블루 오션이다. 우리나라는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다. 모든 인프라가 다 잘 갖추어져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나라도 없다. 우리나라 같이 엄청난 경쟁을 뚫고 수능을 통과한 풍부하고 우수한 인재 풀을 갖춘 나라도 없다. 우리나라 산업 인프라도 세계적이다.

문제는 기업과 국가가 하나가 되는 개발 전략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전략이 결정되면 우리 한민족은 삼성이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그러했듯 모든 역량을 총 집결하여 시장을 초토화시키며 단숨에 독점할 실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증명 되어 있다.

최고 경영진의 전략, 탄탄한 엔지니어들의 실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수한 현장 여사원들의 재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초고가 초부가가치의 반도체 신산업을 위해 기업을 넘어선,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하는 전략 수립과 실행이 시급하다.

미국, 일본, 중국이 쉽게 따라 올 수 없는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게 해 주는 초부가가치 반도체 산업을 준비하는데 우리나라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기업이 기가(Giga)를 바라보면 국가는 엑사(Exa)를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0.23그램의 기적은 계속 되어야 한다.

 

—————

돌아가기


연락처

ICR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24
인텔리지 II


+82.1045468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