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04월01일 13시30분

CEO 수필 2020_04_01




원자의 속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 그림이다.

수소 원자 한 개의 크기는 대략 53pm (pico meter 피코 미터, 소수점 아래 0이 12개, 1兆분의 1m)의 반경을 갖는 구로 알려져 있다. 그 한가운데 원자핵이 1fm (femto meter 펨토 미터, 소수점 아래 0이 15개, 1000兆분의 1m) 크기로 떠 있고, 그 주위를 1am(atto meter 애토미터, 소수점 아래 0이 18개, 100京분의 1m) 크기의 전자가 원자 핵 주위를 돌고 있다. 나머지, 원자의 속은 텅 비어 있다!

좀 더 가시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수소 원자를 지구 크기로 확대해보면, 지구 크기의 텅 비어 있는 공간 한 복판에 반경 60m 정도 되는 20층 높이 건물 크기의 원자핵이 떠 있고, 6cm, 즉 사과 크기의 전자가 지구만 한 허공에서 원자 핵 주위를 돌고 있다.

비어 있는 허공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 정체를 모르기에 수소 원자 자체에 대해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수준이다. 원자핵과 전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 수록 모양새가 괴상망측 해지며, 불확실한 부분이 더 크게 늘어나 관찰 정밀도가 무한대로 나빠지며, 자연은 더 이상 그 뽀얀 속살을 훔쳐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의 원리이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특이점이다. 중력과 전기력은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강해진다. 거리가 0이 되면 힘은 무한대가 된다. 누가 생각해보아도 뉴턴의 만유인력 수식과 쿨롱의 전기력 수식이 어딘가 잘못된 것을 알 수 있다.

현대 물리학은 플랑크 길이, 4.05 x 10-35m 이하, 플랑크 시간, 1.35 x 10-43s 보다 작은 시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 볼 방법을 아예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속사정으로 40여년전부터 물리학은 원자핵보다 더 작은 소립자로 쪼개어 설명하는데 한계에 부딪쳐 왔으며, 새로운 돌파구로'끈 이론'을 들고 나왔다. 입자 중심의 '점' 물리학으로는 풀 수 없는 무한대의 힘과 불확실성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고무 밴드 같이 연결된, 탄력적인 "끈"이 진동하는 모습에 따라 전자가 되고, 양성자가 되고, 쿼크도 되는 소위 "모든 것의 이론, TOE - Theory Of Everything"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끈 이론은 입자론에 비해 뚜렷한 한계가 있다. 끈 이론 과학자들이 가정하고 있는 끈 한개의 크기는 10-35m이다. 수소 원자를 인간이 알고 있는 우주의 크기로 확대했을 때 끈의 크기는 1m, 우리 팔 하나 정도의 크기로서 실험적인 증명이나 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학적인 가설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즉 점점 더 작은 입자로 나누는 것에 한계를 느낀 이론 물리학자들이 수학적 가설을 세운 것이 끈 모델이며, 위 그림에 비틀려진 구와 같은 다차원 공간이 끈 안에 숨어있다고 가정한다.

뉴턴과 엘레강스 유니버스에 게재된 위 그림들은, 왼편은 앞서 설명한 원자와 원자속의 양성자, 양성자 속의 쿼크, 이들 사이를 묶어주는 글루온 등 소립자들의 모식도이고 가운데 상단 그림은 이 가정의 입자들을 기반으로 전기력, 강력, 약력이 합쳐지고, 결국 맨 오른쪽 중력자 (2012년 한창 논란의 대상이 된 힉스 입자)까지 합쳐져 궁극의 끈 모델에 이르는 모습이다. 비틀려진 구의 모습은 단위 공간을 계속 끝까지 축소하다 보면 감추어진 10~20차 차원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맨 오른쪽 그림은 양자론의 기본 모습으로, 우리가 자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다 보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그 어떤 시공간도, 심지어 진공 조차도 그 심연속에는 심하게 왜곡되고 비틀어져 있고, 입자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며 요동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텅 빈 원자의 내부 모습이 바로 이렇다는 것이다. 그 안에 반입자가 숨어 있다고도 한다. 아직도 원자의 내부는 젊은 청춘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는 전인미답, 신비의 세계이다. 이 신비의 세계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것이 중력이며 질량이다.


* Zevan's Commentary

원자핵-전자의 크기는 이런 비교로 충분히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원자핵-전자의 거리는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예컨대 서울N타워(남산타워)로부터 어느정도 떨어져있다라는 표현이라던지, 그런 비유가 있으면 한층 풍부해질 것이다.

-> 2020.04.13 추가 commentary

정확한 비율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소 원자핵을 롯데월드타워 크기로 늘렸을 때 (555m), 1/1000 크기라고 할 수 있는 전자는 21인치 모니터 정도(55cm=21.6in)라고 할 수 있고, 이 21인치 모니터가 히로시마 근방(롯데월드타워로부터 555km 반경 부근이 히로시마, 아래 지도 보라색 원에서 중심이 롯데월드타워)에서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원자 크기-원자핵 크기-전자 크기를 비율 그대로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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